Sorry Not Sorry
백수현, 이수경, 조혜진, 최이다
7 December, 2017 - 4 January, 2018
Archive Bomm, Seoul
부당한 전제에서 출발한 질문을 마주했을 때, 특수하고 복합적인 맥락에서 도출된 사고의 결과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은 순간. 섣불리 대답을 하는 것이 오히려 함정에 빠지게 되는 상황 앞에서 성실하게 대응하는 것 말고 어떤 선택지들이 있을까? 네 정체를 밝히라는 요구에 대뜸 춤을 춘다거나, 말을 좀 똑바로 하라는 지적에 갑자기 다른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할 수는 없을까. 이처럼 자신이 확보한 정확한 지점과 이를 구동시키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 고집을 부리는 태도를 “미안한데 전혀 안 미안해” 정도로 번역되는 통속어인 “sorry not sorry”로 부르는 건 어떨까. 백수현, 이수경, 조혜진, 최이다는 일방적인 단절이나 자전적인 감상에 매몰되는 것과는 다른 낫-쏘리함을 구사한다. «SORRY NOT SORRY»는 참여 작가들이 다루는 소재나 주제보다 이를 다루는 태도에 집중한다. 지난 수 개월 동안 지속된 대화를 통해 발견한 낫-쏘리한 태도는 큰소리를 치거나 단일한 메시지를 관철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기존의 아카이브 봄 공간에 개입하지 않고, 여백을 확보하여 각 작업이 만들어내는 장면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했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작업들은 주어진 상황을 ‘전복’하는 것보다 각자의 우회로를 만들어 가는 데에 집중하고, 힘을 내어 달리기보다 드러누워 시간을 벌고, 면전에서는 ‘네’ 하지만 뒤로 가서는 딴소리를 한다. 선선하게, sorry, not sor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