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AL SURVEY
동시대 미술 현장과 자기이론:
일기장, 불평-비평, 수평적 참조 그리고 그 이후
자음과모음 2026 여름(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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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자기이론은 예술가 ‘자기’의 이론이 아니다. 환원적인 인정투쟁 혹은 가시화의 프로젝트—그것이 물론 필요할 때가 있겠으나—로 축소될 수도 없다. 그것은 미술을 ‘미술되게’ 하는 기반을 되묻고, 그 중심축을 재설정하는 작업이다. 작품이 어떤 몸과 시간과 욕망을 통과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중립적’ 작가 혹은 ‘비인칭적’ 작업은 제도적 허구라는 점을 폭로한다. 다시 말해, 미술은 언제나, 불가피하게, 일기장이었다. 하지만 그 일기장이 모두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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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기이론에 대한 글은 불가피하게 자기이론이 나를 통과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미술 현장을 통과하며 체감한 변곡점들을 ‘자기이론’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노라면, 그 사이에서의 나의 위치에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탈신분적 주체에서 위치성 검증을 거쳐, 현시점 나의 좌표를 더듬어본다. 이 작업이 쉽지 않은 이유는 불가피하게, 때로는 전략적으로, 여러 역할과 정체성을 갈아끼우는 사이 입장과 위치가 굴절되어왔기 때문이다. 비평가, 큐레이터, 독립공간 운영자, 강사, 통번역가, 프로젝트 매니저 등의 역할, 돈이 되는 일과 돈을 오히려 써야 하는 일, 내가 주도해야 하는 일과 누군가를 돕는 일, 강력한 제도적 구조 및 행정과 전혀 현실성이 없는 망상 단계의 프로젝트 사이에서 나의 좌표 지점을 가늠하기란 만만치 않다. 오늘날 제도와 관행, 관심경제의 장악력은 자기이론을 직접적으로 억압하기보다 자기 자신으로 설 수 없는 불안정성과 분열을 고착화함으로써 ‘자기’를 발견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완전히 순수한, 그 어떠한 제약과 (자기)검열 없이 펼쳐내는 자신의 이야기, 모든 의미의 회오리를 고정시키는 압도적인 서사란 힘겨운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자아내는 소문 같은 것일 테다. 많은 동료들이 그렇듯, 우리의 창작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시라는 고정된 형태에 잘 담아내고, 그것을 차곡차곡 쌓아 완성한 일관된 궤적일 수는 없다. 마주하는 물리적, 제도적 조건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속도를 조율하며 어떤 에너지가 발산되는 장면을 기다리는 것, 치밀하게 준비하되 계획을 망쳐놓을 우발적인 부딪힘을 환영하는 것, 때로는 동료들의 지지나 기대를 저버리는 것. 이러한 지저분하고 지지부진한 역동에 정직하게 서는 것이 곧 갱신된 의미의 저자성을 실천하는 일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