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뷰티 유튜브의 짧은 역사 – 매개체로서의 뷰티

COOL #6: Beaut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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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조명과 세심하게 정돈된 배경, 얼굴이 강조된 상반신 샷과 제품 상세 컷을 왕복하는 특유의 편집점까지. 메이크업 유튜브는 기묘한 흡입력과 친근감을 무기 삼아 하나의 콘텐츠 장르이자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메이크업 콘텐츠가 변모, 진화, 타 장르와 융합을 거듭하며 그 저변을 넓혀온 궤적은 그 자체로 유튜브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글은 전 세계적인 구독자층을 거느린 영미권 뷰티 유튜브의 짧고도 역동적인 역사를 경유하여 스크린에 의해 매개된 뷰티가 무엇이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태초에 유튜브는 각 영역의 지식을 무료로 전수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아름다운 공동체였노라는 한탄이 종종 들려온다. 실제로 ‘인플루언서’가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부터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내던 1세대 뷰티 유튜버[1]는 본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이거나 이에 준하는 실력을 기반으로 노하우를 공유하며 기반을 다졌다. 당시 2006년 개시 이래로 여전히 건재한 메이크업 스와치 콘텐츠의 바이블 템탈리아(Temptalia)를 비롯한 블로그가 유튜브에 결코 밀리지 않는 강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유튜브 역시 유행하는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 튜토리얼, 번지지 않는 레드립 노하우,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가는 파운데이션 테크닉 등 정확한 정보 전달에 맞춘 콘텐츠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유튜브는 영상 기반인 만큼 크리에이터의 매력 발산에 적합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는 주류 매체가 재현하는 메이크업의 아이콘, 즉 통상적인 기준으로 보아 ‘예쁜’ 백인-시스젠더-여성상을 벗어난 이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전문가의 손길로 만들어진 흠결 없는 스타에 비해 낙후한 배경과 장비 앞에 선 이들은 ‘미’의 기준을 벗어나 – 과체중이거나, 유색인종이거나, 퀴어이거나 – 시청자가 더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시청자들은 획득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전하는 화보로부터 눈을 돌려 친구 같은 이들로부터 메이크업을 만나고자 했고, 유튜브의 대대적인 성장과 더불어 1세대 뷰티 유튜버 또한 100만대의 구독자를 거뜬히 얻게 된다. 이러한 흐름을 포착한 소규모 메이크업 브랜드는 거금을 들여 연예인을 섭외하여 익명의 다수에 접근하기보다 비교적 싼 값에 정확한 소수에게 다가가고자 유튜버와 협찬이나 콜라보를 시도했다. 몇몇 성공적인 사례 이후, 주류 및 럭셔리 브랜드 또한 냄새를 맡고 유튜버들과 대대적인 프로모션 계약을 성사시킨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2] 나아가 인플루언서들은 확고한 팬층을 기반으로 자신의 코스메틱 브랜드를 런칭하여 큰 성공을 거두며 메이크업 시장의 생태계를 뒤바꿔 놓는다.[3]

이러한 상업적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유튜버와 팬층이 맺는 관계, 즉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는 독특한 역동의 공이 크다. 준사회적 관계란 수용자가 미디어를 통해 접한 인물에 대해 일방적으로 친밀하다고 느끼는 환상을 말하는데, 매스미디어에 비해 누구나 접근 가능한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수용자는 크리에이터를 훨씬 더 자신과 가깝다고 느끼게 된다. 마치 서로 마주보고 있는 듯한 바스트 샷에 자신이 동일시할 수 있는 외모, 구독자를 직접 지칭하는 화법으로 인해 화면 속 대상에 갖는 거리감은 한껏 단축되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이 광고 매체화된 유튜브와 트렌드에 민감한 메이크업 산업의 수혜를 받아 떼돈을 벌면서 준사회적 관계는 얼마 못 가 손실되고 만다. 뷰티 콘텐츠는 브랜드 마케팅과 결합하여 홈쇼핑을 방불케 하는 제품 위주로 재편되는 가운데 인플루언서의 장비는 업그레이드되고, 배경은 고급 주택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2세대 유튜버들[4]은 주로 LA에 몰려 살면서 셀레브리티 못지않은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날, 유튜브 역사를 뒤흔들어놓을 스캔들이 터진다.

2018년 8월, 2세대 뷰티 인플루언서에 해당하는 매니 MUA(Manny MUA), 로라 리(Laura Lee), 가브리엘 자모라(Gabriel Zamora), 니키타 드래곤(Nikkita Dragun)이 한 파티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 찍은 이미지가 “그년 없이도 우리 잘나가니까 배가 아픈가 보지”라는 캡션을 달고 트위터에 올라왔다. 여기서 “그년”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지만 과거 인종차별적인 언행이 밝혀져 논란을 빚었다가 복귀를 꾀하던 제프리 스타였다. 여전한 화력을 자랑하던 제프리 스타의 팬을 비롯한 뷰티 유튜브 구독자들은 네 명의 트위터를 뒤져 과거의 문제적인 발언들을 찾아내 폭격을 가했고, 결국 네 명은 눈물의 사과 비디오를 올려야 했다. 이 사건이 바로 제1차 드라마게돈(Dramagedon)이었고, 2019년 3월에는 수백만 구독자가 밀물과 썰물처럼 왕복했던 타티 웨스트브룩과 제임스 찰스(James Charles)와의 다툼을 골자로 한 제2차 드라마게돈이 터진다.

드라마게돈은 질투심에 눈이 먼 몇몇 문제적인 유튜버에 의해 일어난 소동처럼 보일 수 있으나 2010년대 중후반에 대두된 정체성 정치가 준사회적 관계의 역풍과 만난 현상이었다. 친구 같은 존재였던 인플루언서가 범접할 수 없을 만큼의 인기와 부를 누리게 되자 구독자는 이들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는 공인보다 훨씬 높게 잡는 한편, 이들이 가난하고 평범했을 때부터 응원하여 채널을 키워준 구독자가 그 특권을 빼앗을 권한과 능력이 있다는 사고방식이 작동한 것이다. 드라마게돈은 수십 개의 ‘드라마 채널’을 양산했는데, 이들은 뷰티 유튜버의 콘텐츠는 물론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며 저의를 분석하고, 음모론을 제기한다. 뷰티 유튜브에 대한 일종의 중계방송이 탄생한 것이다. 이로써 드라마 채널 또한 잘 나가는 뷰티 채널 못지않은 구독자 수를 누리며 승승장구하는 시대가 열린다.

드라마게돈의 불씨가 채 잡히기 전, 재클린 힐이 런칭한 브랜드가 출시한 립스틱에 치명적인 하자가 발견된다. 현재 조회 수가 500만 가까이 되는 화제의 영상에서 로뷰티크리스티(RawBeautyKristi)가 립스틱에 현미경을 들이대 셀 수 없이 많은 기공과 털이 박힌 모습을 송출하자 뷰티 커뮤니티는 다시 한번 화염에 휩싸인다. 얼마 안 가 메이크업 긱(Makeup Geek)의 대표 말레나 스텔은 뷰티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수천만 원 규모로 뒷광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네거티브 캠페인의 단가가 일반 광고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폭로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뷰티 인플루언서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굳건하던 팬층은 뿔뿔이 흩어진다. 뷰티 인플루언서 외에도 당시 드라마 채널을 비롯한 구독자들이 다수의 인플루언서를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로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매일 사죄 영상이 쏟아졌다.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비판은 과거 인종차별, 여성혐오, 심지어는 범죄 이력이 있었던 크리에이터를 한방에 몰아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때 건강한 코미디와 꾸밈없는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제나 마블스(Jenna Marbles)가 스스로에게 실망했다며 유튜브를 떠나는 등 대혼란의 시기는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팬데믹이 들이닥치자 메이크업 시장 전반에 타격이 갔고, 메이크업 유튜브의 황금기는 지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의외의 콘텐츠가 혜성처럼 등장하여 메이크업 유튜브의 계보를 이어갔다. 베일리 세리언(Bailey Sarian)은 전직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2015년부터 여느 메이크업 콘텐츠와 다를 것이 없는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해왔다. 그러다 2019년 1월, 메이크업을 하면서 실제 있었던 살인 사건에 대한 썰을 풀어놓은 콘텐츠가 예상치 못하게 큰 성공을 거둔다. 메이크업과 강력 범죄라는 의외의 조합은 이 둘 중 그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던 시청자까지 끌어 모으며 화제를 일으켰고,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메이크업하면서 썰 푸는’ 콘텐츠의 시초가 된다. 메이크업을 하면서 역사적 스캔들을 다루는 시드니 블랙(Cydnee Black), 망한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고 재현하는 제이미 프렌치(Jamie French)[5] 등이 연이어 두각을 드러내며 얼핏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은 또 하나의 장르를 이루었다.

짧지만 역동적인 역사를 거치며 뷰티 유튜브는 뷰티를 기반으로 하지만 더 이상 뷰티에 대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뷰티 콘텐츠는 비주류의 얼굴을 대변하는 한편 고도로 발달한 시장 논리에 포섭되며, 천박하기 그지없는 가십의 중심에 섰다가도 윤리적인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는 장이 되며, 뜻밖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다. 어쩌면 외모를 가꾸는, 즉 사적이면서도 친밀한, 자신과 타인의 욕망, 그리고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 사이의 시선이 얽히는 시공간에 카메라를 들이댄 바로 그 순간부터 뷰티는 그 자체로 경합하는 욕망과 서로 다른 세계를 담아내는 매개체가 될 잠재력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1] “1세대 뷰티 유튜버”는 유튜브가 상업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전부터 콘텐츠를 생산해내던 이들을 지칭하기 위해 쓴 표현이며, 2006년에 채널을 개설한 제프리 스타(Jeffree Star), 미셸 판(Michelle Phan, 2007년 개설), 말레나 스텔(Marlena Stell, 2008년 개설), 니키 튜토리얼스(Nikki Tutorials, 2008년 개설), 재키 아이나(Jackie Aina, 2009년 개설), 타티 웨스트브룩(Tati Westbrook, 2010년 개설), 재클린 힐(Jaclyn Hill, 2011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2] 일례로, 2015년 호주 메이크업 브랜드 베카(Becca)는 재클린 힐과 콜라보하여 ‘샴페인 팝’이라는 하이라이터를 출시하는데, 이 제품은 하이라이터계에 한 획을 긋고, 이후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격할 모든 하이라이터의 원조로 등극한다.   

[3] 제프리 스타의 제프리 스타 코스메틱스(Jeffree Star Cosmetics), 후다 카탄(Huda Kattan)의 후다 뷰티(Huda Beauty), 미셸 판의 엠 코스메틱스(Em Cosmetics), 메니 엠유에이(Manny MUA)의 루나 뷰티(Lunar Beauty) 등이 있다. 인플루언서 브랜드의 성공은 이후 리한나의 펜티 뷰티(Fenty Beauty), 셀레나 고메즈의 레어 뷰티(Rare Beauty) 등 셀레브리티 브랜드 출범의 촉발제가 된다.

[4] 2010년대 중반에 등장한 2세대 뷰티 유튜버는 시작부터 앞선 세대의 성공을 보면서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지망했으며, 유튜브의 공격적인 광고 사업과 본격적인 브랜드 제휴 및 광고를 등에 업고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선례가 있었기에 더 신속하게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와 타겟층을 전략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고, 뷰티 유튜브 시장이 과포화 되기 직전에 뛰어들어 단시간에 채널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5] 제이미 프렌치는 뷰티 콘텐츠로 유튜브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메이크업을 하면서 망한 영화 줄거리를 풀어놓거나 장면을 재현하는 콘텐츠가 큰 호응을 얻자 메이크업을 그만두고 코미디 채널로 전격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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